청소년 시절은 상상력이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시기이며, 동시에 미래를 꿈꾸고 진로를 모색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특히 SF 장르에 매력을 느끼고 작가가 되고자 하는 청소년이라면, 글을 쓰는 기술뿐만 아니라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본 글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SF 작가들 중 청소년들이 롤모델로 삼기에 좋은 인물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세계관 설계 방식, 철학적 사고, 그리고 작가로서의 비전을 조명합니다. SF는 상상만이 아닌,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꿈도 한 발짝 더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세계관 구축의 장인들 – 톨킨, 아시모프, 오르슨 스콧 카드
SF에서 세계관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이야기의 뼈대이자 철학을 담는 그릇이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무대입니다. 이 세계관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깊이와 설득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SF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세계관 설계 능력은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입니다.
먼저 아이작 아시모프는 복잡한 세계를 이성적으로 구성한 작가입니다. 그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심리역사학’이라는 가상의 학문을 기반으로 수천 년에 걸친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다룹니다. 수많은 행성, 다양한 정치 체계, 인류의 정신적 변화까지도 논리적으로 엮어내며, 실존 가능한 세계처럼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시모프는 “모든 요소는 과학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칙을 지켰고, 이는 하드 SF 세계관 구축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반면 『엔더의 게임』의 작가 오르슨 스콧 카드는 감정과 윤리를 중심으로 세계를 구축합니다. 엔더가 훈련소에서 겪는 게임은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전쟁과 윤리, 인간의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는 청소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물과 구조를 통해, 윤리적 딜레마와 선택의 무게를 드러냅니다.
세계관이 반드시 복잡하고 미래적인 기술로만 구성될 필요는 없습니다. 판타지 세계의 대가 J.R.R. 톨킨은 언어학, 역사, 민속학을 접목시켜 ‘중간계’라는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었고, 그 디테일과 스토리텔링은 오늘날 SF 작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줍니다. 세계관은 곧 작가의 가치관이며 철학의 표현입니다. 청소년 작가지망생이라면 좋아하는 장르의 세계관을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녹일 수 있는 설정을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철학이 있는 SF – 르귄, 테드 창, 필립 K. 딕
많은 청소년 작가지망생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철학’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쓰는가 못지않게, 왜 그 이야기를 쓰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독자에게 감동과 질문을 남기려면, 이야기 이면에 흐르는 철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난해한 개념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질문입니다.
어슐러 K. 르귄은 페미니즘과 인류학을 SF에 접목한 대표적인 철학적 작가입니다. 『어둠의 왼손』에서는 성별이 없는 외계인을 등장시켜 ‘성’이라는 개념이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탐구했고, 『빼앗긴 자들』에서는 무정부주의와 자본주의 사회를 비교하여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녀의 철학은 어렵지 않지만 깊으며,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됩니다.
테드 창은 철학적 단편의 마스터로,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비선형성과 언어 구조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그의 작품은 과학기술을 수단으로 삼되, 인간의 존재와 선택, 운명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남깁니다. 특히 단편의 힘을 보여주는 작가로, 글쓰기 훈련 중인 청소년에게는 매우 좋은 모델이 됩니다.
필립 K. 딕은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여러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며 정체성, 자아의 문제를 다루었고, 『토탈 리콜』의 원작인 『기억 도매상』은 기억의 조작과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철학이 있는 SF는 오래 남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청소년 작가지망생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신의 철학을 찾아야 합니다.
작가의 비전 – 듀나, 김초엽, 킴 스탠리 로빈슨
SF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단순히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이 아닙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그것을 통해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비전’은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입니다. 비전이 있는 작가는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갖고, 그것을 작품 속에 일관되게 녹여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 듀나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활동하며 독특한 세계관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왔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배경 속에서도 인간의 윤리와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잃지 않으며, 청소년이 고민할 만한 주제를 SF로 풀어냅니다. 듀나는 익명성을 지키는 작가로도 유명하며, 이는 작품의 메시지를 인물보다 중심에 두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합니다.
김초엽은 과학과 감성을 연결하는 따뜻한 SF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장애, 차별, 사랑과 같은 인간적인 주제를 미래의 배경 위에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녀의 글은 어렵지 않지만 공감과 여운이 크며, SF 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습니다.
킴 스탠리 로빈슨은 환경과 미래 사회를 통합적으로 그리는 작가로, 『화성 삼부작』을 통해 인간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를 정치, 과학, 생태의 관점에서 다뤘습니다. 그는 “작가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