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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추리작가들의 인터뷰 히가시노 게이고 질리언 플린 피에르 르메트르

by think0423 2025. 3. 29.

추리소설은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인간의 심리와 사회 구조, 윤리적 딜레마까지 깊이 있게 탐색하는 문학입니다. 그 이면에는 작가들이 직접 경험하고 고민하며 다듬어온 창작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질리언 플린, 피에르 르메트르 등 세계적 추리작가들의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그들이 말하는 창작 원칙과 작품 세계, 그리고 추리문학에 대한 태도를 정리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논리와 감성 사이, 인간을 바라보는 균형”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작가이자,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가입니다. 그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논리적 구성 위에 감정이 흘러야 독자가 감동한다”고 밝혀왔습니다. 그의 창작 철학은 사건을 철저히 계산하면서도, 인물의 감정 변화에 깊은 비중을 두는 균형감에서 출발합니다.

『용의자 X의 헌신』에 대해 그는 “수학처럼 완벽하게 짜인 살인 트릭을 만들되, 그 안에 숨은 헌신과 사랑의 감정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그가 단순히 플롯 위주의 작가가 아니라, 감정선까지 설계하는 작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는 “추리소설은 인간을 탐색하는 장르”라고 정의하며, 범죄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사연, 상처, 선택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는다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이 왜 그랬는가다. 동기에 설득력이 없으면 아무리 트릭이 훌륭해도 독자는 납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히가시노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구조를 시도하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독자를 지적으로 자극하면서도, 정서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에게 추리소설은 ‘감정을 입은 논리’이며, 이 철학은 오늘날 그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질리언 플린: “불편한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라”

질리언 플린은 『나를 찾아줘』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미국 심리 스릴러 작가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반전이 강한 미스터리를 넘어서, 인간의 어두운 감정과 복잡한 심리를 해부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나는 착한 여자를 쓰지 않는다. 나는 진짜 여자를 쓴다”고 말하며, 기존의 젠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서사를 강조합니다.

특히 『나를 찾아줘』는 전통적인 ‘완벽한 부인’이라는 사회적 틀을 깨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분노와 불안을 날카롭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플린은 “사람들은 여성 캐릭터가 복잡하고 어둡게 그려지는 걸 불편해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통해서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창작 철학은 ‘불편함을 피하지 말 것’입니다. 플린은 “추리소설은 독자를 위로하는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흔들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독자를 흔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녀는 캐릭터가 도덕적으로 완벽하거나 정의의 화신일 필요는 없다고 믿으며, 오히려 회색 지대에서 고통받는 인물을 통해 인간다움을 표현합니다.

플린은 스토리 설계에 있어서도 감정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플롯보다 인물의 감정이 먼저다. 감정이 스토리를 이끈다.” 그녀의 작품이 심리묘사에 탁월하고, 인물 중심의 전개를 갖는 이유는 이 철학 때문입니다.

결국 질리언 플린의 작품은 독자의 심리를 뒤흔들며, 감정의 민낯을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추리소설은 사회적 프레임을 깨고, 진짜 인간의 얼굴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피에르 르메트르: “범죄는 사회 구조의 그늘에서 탄생한다”

프랑스의 피에르 르메트르는 추리소설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공쿠르상을 수상한 『오르부아르』 시리즈를 통해, 전쟁 이후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성의 파괴를 추리소설 형식 안에 담아냈습니다.

르메트르는 인터뷰에서 “나는 살인 그 자체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살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조건에 관심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에게 추리소설은 범죄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그는 추리소설을 통해 계급 갈등, 경제 불평등, 국가의 폭력 등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오르부아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부상병들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소외되고,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며, 범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결과로 해석합니다.

르메트르는 창작 과정에서도 사회조사와 역사적 사실 확인에 매우 철저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소설은 허구지만, 현실 위에 세워진 허구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그는 캐릭터 설정이나 배경 구성을 위해 방대한 사료를 조사하고, 수많은 실제 사건을 참고합니다.

그는 또한 추리소설의 문학적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추리소설은 철학과 윤리를 품을 수 있는 장르다. 나는 범죄를 통해 인간의 도덕성을 묻고, 결국 ‘우리는 어떤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싶다.”

피에르 르메트르의 창작 철학은 명확합니다. 추리소설은 사회비판의 도구이며, 동시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의 문학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질리언 플린, 피에르 르메트르. 이 세 작가는 서로 다른 배경과 스타일을 가졌지만, 공통점은 모두 뚜렷한 창작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논리와 감정의 균형, 불편한 감정의 직시, 사회 구조의 해부. 이 철학들은 각자의 작품 속에서 고유한 세계관을 이루며, 추리소설이 단순한 장르 문학이 아닌 깊이 있는 문학으로 자리잡게 만듭니다. 그들의 인터뷰는 우리에게 단순한 팁이 아닌, 진짜 이야기를 쓰는 법에 대한 영감을 줍니다.

세계적 추리작가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