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감정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왜 ‘두려움’에 끌리고, 또 그 감정을 반복해서 체험하고자 할까요? 공포소설 작가들은 이러한 감정을 가장 깊고 날카롭게 다루는 이야기꾼입니다. 이 글에서는 공포소설 작가들이 말하는 ‘두려움의 본질’에 대해, 그들의 철학과 실제 인터뷰,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감정을 문학적으로 해석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공포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감정임을 알게 됩니다.
작가들이 말하는 공포의 철학
공포소설 작가들은 흔히 ‘공포는 인간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유령이나 괴물,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무섭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작가들에게 있어서 공포는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을 담는 그릇입니다.
스티븐 킹은 “진짜 공포는 우리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피하려는 감정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속 인물들이 직면한 공포가 대부분 일상적인 현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 가족의 해체, 트라우마 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피하고 싶어하는 문제들이 공포로 재구성된다는 뜻이며, 독자들이 그 공포에 이끌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작가 오츠이치는 “공포는 침묵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는 것, 혹은 말할 수 없는 것에서 진짜 공포가 발생한다고 봅니다. 그의 작품들은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관계의 왜곡, 억눌린 감정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조용한 두려움을 전달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공포가 반드시 시끄럽거나 극단적일 필요는 없음을 증명합니다.
셜리 잭슨 역시 공포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즐긴 작가였습니다. 그녀는 사회와 개인의 갈등, 특히 여성으로서의 억압과 고립된 정체성에 주목하며 “가장 무서운 공포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잭슨의 작품은 이러한 시선과 억압의 감정을 실험적인 문체와 구성을 통해 표현하며, 독자에게 불편함과 공포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이처럼 작가들의 철학은 단순히 이야기를 무섭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우리는 그 상황을 두려워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이르게 합니다. 공포는 자극이 아닌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가 큽니다.
인터뷰로 엿보는 작가의 심리와 감정
작가들의 인터뷰는 그들이 공포를 어떻게 느끼고, 어떤 감정으로 창작을 이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실제 인터뷰 속 작가들의 말은 우리가 책 속에서 느꼈던 공포의 원천을 해석할 수 있는 열쇠와도 같습니다.
스티븐 킹은 다양한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나는 독자들을 무섭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서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독자들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도록, 공포를 하나의 ‘해방’ 수단으로 제공한다고 말합니다. 즉, 현실보다 더 끔찍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견딜 힘을 준다는 것입니다.
오츠이치는 인터뷰에서 “공포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글을 쓸 때 항상 ‘가장 슬펐던 기억’에서 시작한다고 말했으며, 그 감정을 공포로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와 감정을 공유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공포를 통해 독자와 감정적 연결을 시도하는 방식이며,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일종의 감정 해소이기도 합니다.
셜리 잭슨은 살아생전 대중 인터뷰를 자주 피했던 작가였지만, 그녀의 에세이와 가족에게 남긴 편지들에는 공포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감정이 드러납니다. 그녀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공포에서 위안을 얻는다”고 말한 적이 있으며, 이는 우리가 모순된 감정 속에 존재함을 인정하는 것이 곧 잭슨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작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공포가 단순한 상상이 아닌, 그들이 실제로 느꼈던 감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 진짜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과 몰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창작 비하인드: 현실에서 시작된 상상
작가들이 공포소설을 쓰게 된 계기나, 특정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아는 것은 독서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창작의 배경과 비하인드 스토리는 공포의 원천이 어디인지, 작가의 현실이 어떻게 상상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스티븐 킹은 《샤이닝》을 쓸 당시, 가족 여행 중 들른 호텔에서 느꼈던 이상한 공기의 흐름과 아들의 악몽에서 이야기를 착안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그는 호텔에서 단 둘이 남겨졌던 경험이 자신을 무섭게 했고, 그것을 글로 풀어냄으로써 공포를 이겨냈다고 합니다. 이는 공포가 일상 속 아주 사소한 경험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츠이치는 《ZOO》를 집필할 때, 뉴스에서 본 한 아이의 실종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당시 느꼈던 ‘무언가 말할 수 없는 공포’를 글로 옮기기 위해 아이의 시점에서 공포를 재구성했습니다. 그는 “공포는 사회의 어둠 속에서 피어난다”고 말하며, 우리가 외면한 현실이야말로 진짜 공포라고 강조합니다.
셜리 잭슨의 《The Lottery》는 작가의 개인적 분노와 사회적 억압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와, 여성에 대한 억압, 일상의 폭력성을 비판하고자 했던 그녀는 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구성했습니다. 독자들은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몰랐지만, 수많은 학자들은 이 작품이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은 고찰임을 분석해왔습니다.
작가들의 창작 비하인드는 공포라는 장르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그들이 느꼈던 현실의 위기감은 공포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증폭되고,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공포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자, 가장 인간적인 감정입니다. 공포소설 작가들은 이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며, 독자들에게 그 감정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스티븐 킹, 오츠이치, 셜리 잭슨 등 세계적인 공포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두려움의 철학을 정립했고, 인터뷰와 창작 비하인드를 통해 우리에게 솔직하게 말해왔습니다.
우리가 공포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순한 자극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우리 이야기’를 보기 위함입니다.
당신은 어떤 공포에 가장 깊이 흔들렸나요?
